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백자 중 하나로 '달 항아리'를 뽑을 수도 있을 것 입니다. 2019년 31억원에 낙찰되기도 한 '달 항아리'는 어떤 그릇일까요?
'달 항아리'는 17세기 후반~18세기 전반 조선에서 유행했던 평균 40㎝ 이상 정도의 대형 백자로 둥근 달을 연상케 합니다. 상하를 별도로 제작하여 몸체를 연결하는 접합 방식으로 제작되어 번조 과정에서 살짝 이지러지는데 '달 항아리'의 다양하고 비대칭적 아름다움이 여기서 발생하게 됩니다. 2011년 12월 문화재청은 유물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하여 '백자대호'라는 명칭에서 '달 항아리'로 공식 명칭을 변경하게 되었을 만큼 '달 항아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뜨겁습니다.
1. 백자대호 - 달의 이미지를 품다.
'달 항아리'라는 표현은 20세기에 이르러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홍기대의 회고록에서는 김환기가 백자대호를 특히 좋아해 '달 항아리'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실제로 김환기가 생전 기고한 글들을 살펴보면 백자의 백색 이미지와 함께 달의 이미지를 접합하여 백자대호를 수식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김환기, 미술사학자 최순우를 거치면서 백자대호는 '달항아리'라고 대중들에게 인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2. 제작방법
'달 항아리'는 40㎝ 이상의 항아리로 제작하여 번조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상부와 하부를 따로 빚어 접합하는 방식으로 항아리를 제조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조선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나 중국 『천공개물』에 전하고 있어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백자의 몸체를 유심히 살펴보면 '달 항아리'를 붙인 듯한 접합선이 보이는 경우가 많아 『천공개물』 에서 등장하는 항아리 제작 방법을 활용하였을 가능성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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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응성, 『천공개물』의 「製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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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달항아리, 조선, 높이 46㎝, 국립중앙박물관, 신수 3658,
사진 출처 : 이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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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달항아리는 일상용기
'달 항아리'의 용도는 현전하는 유물을 통해 일부 유추가 가능합니다. 일본 와세다대학 아이즈 야이치기념박물관에 소장된 유백색의 백자대호 굽 옆에 '웃밧쇼', 2006년 서울옥션에서 경매된 백자대호 굽 옆에 '연령군 겻주방'이라는 명문이 남아 있습니다. '웃'은 '上'을 '밧쇼'는 '소주방'을 의미하는데, 주방은 당시 음식을 다루는 기관으로 일상에서 사용하던 그릇임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의 문헌 기록에 명확히 달항아리의 사용처가 등장하지는 않으나 항아리 종류에 액체와 젓갈 등을 담았던 내용이 남아 있어 그 용도를 유추할 수 있게 합니다.
근대에 이르면 버나드 리치가 서울에서 달항아리를 구매할 때 장아찌를 담근 항아리라는 내용을 남긴 점, 일본인들이 양반가의 뒤주 위에 이 항아리를 올렸다는 내용이 구전하고 있어 달항아리의 용도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기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문헌
국립고궁박물관, 『백자달항아리』, (주) 눌와, 2005.
홍기대, 『우당 홍기대 조선백자와 80년』, 컬처북스, 2014.
김규림, 「조선 17-18세기 백자원호의 조형과 성격」, 『한국문화연구』 36,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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