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호랑이는 한국인들에게 각별한 동물입니다. 호랑이는 선사 시대부터 만주, 한반도 등에서 서식하였기에 오래 전부터 접하기 시작한 동물 중 하나 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호랑이는 사람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동물이자 강력한 힘으로 사람들을 지켜주는 힘을 지닌 동물로 인식하기도 하였습니다.
한국미술에서 호랑이는 신수이자 맹수의 이미지로 크게 분류되어 표현되어 왔습니다. 먼저 신수의 이미지는 흰색의 털을 가진 백호로 묘사되어 나타납니다. 백호는 고구려 벽화의 사신도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며 고려시대 석관 등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서도 백호는 의례에서 사용되는 깃발, 사수도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백호는 신성한 동물 중 하나 였기에 일반적인 호랑이의 모습과 조금 달랐습니다. 조선시대까지도 용과 유사한 모습으로 그려진 예들이 발견되며 익모(翼毛)와 화염문 등이 표현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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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쌍호문방형거울>, 고려, 지름 11.8cm,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63 |
한국에서 호랑이에 해를 입는 호환이 많았음에도 한국의 미술에서 호랑이가 식인을 하는 이미지는 감로도 외에는 잘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미술에서 나타난 호랑이는 맹수로서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으나 전체적인 이미지는 친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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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 <맹호도>, 조선후기, 96x55.1cm, 국립중앙박물관, M번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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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고려시대 청동거울 등 호랑이가 예전부터 미술에 자주 활용된 동물 중 하나였으나 호랑이와 관련된 미술이 더욱 유행한 시기는 조선시대로 추정됩니다. 부적, 회화, 공예, 도자기, 악기, 흉배 등 조선 사람들은 삶에서 가까운 모든 요소에 호랑이를 활용하였습니다. 이러한 호랑이는 용맹함 혹은 벽사와 길상의 의미로 받아들여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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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청화송호문항아리>, 조선, 높이 37.5cm, 국립중앙박물관, 남산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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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에 이르자 호랑이는 한국의 표상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1920년대 동아일보에 7차례 연재된 최남선의 ‘호랑이’가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최남선은 1920년 이전까지 전하고 있던 모든 한국 호랑이에 대한 모든 분야의 글을 정리하려고 노력하면서 조선은 호랑이의 나라임을 연결하면서 조선의 상징으로 표상화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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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최남선의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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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한반도 내 식생하는 호랑이가 거의 사라져 만날 수 없는 동물이 되었으나 한국사람들에게는 큰 사랑을 받는 동물로 남아 있습니다. 1988년 올림픽에 등장한 호돌이, 2018년 마스코트 수호랑은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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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병선, 「조선후기 백자에 나타난 호랑이 이미지와 표현 고찰 : 호표묘의 변주」, 『미술사학연구』 279280, 한국미술사학회, 2013.
박은정, 「호랑이의 조선표상화(朝鮮表象化)와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 『동아시아 문화연구』 61, 한양대학교 동아시아문화연구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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