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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추천

[문화유산 추천] 신라의 염원과 표현, 기마인물형토기

by (사) 한국전통미술융합진흥원 2023. 8. 29.

우리나라 국보로 지정되어있는 기마인물형토기는 1924년 경주 금령총에서 주인상과 하인상 2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신라 상형토기를 이야기할 때 오리모양토기, 서수모양토기 등과 함께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문화유산 중 하나입니다. 이 2점의 기마인물형토기는 자세히 살펴보면 주인상과 하인상의 복식과 말갖춤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분에 따라 의복의 화려함이 다르며 말갖춤 역시 장식성이 뛰어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토기에 장식되어 있는 말갖춤들은 실제 출토되고 있는 말갖춤과 유사한 면을 띠고 있어 신라사 복원에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토기는 오리와 같이 죽은 자를 하늘로 편안히 인도하길 바라는 신라인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으로 추하고 있습니다.

<기마 인물형 토기(주인상)>, 신라, 높이 23.4cm,
국립중앙박물관, 본관 9075
<기마 인물형 토기(하인상)>, 신라, 높이 26.8cm,
국립중앙박물관, 본관 9075

1. 기마 인물형 토기의 용도는?

기마인물형토기의 용도가 궁금해집니다. 이 문화유산의 용도는 토기를 자세히 둘러보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인상과 하인상 모두 인물상 뒤에 둥근 잔과 같은 모양이 있는데 구멍이 뚫려 있어 이 토기 안으로 액체를 주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토기 안이 비어 있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240cc정도의 액체를 토기 안에 채울 수 있다는 공간이 있다고 합니다.

기마인물형토기 주인상 X선 사진 (사진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또한 말 가슴에는 기다란 출수구가 있으며 꼬리는 손잡이처럼 뒤로 쭉 뻗어 있어 일찍이 '주자' 생각하고 있었던 문화유산입니다. 그런데 주자라고 생각하기에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기는 토기입니다.

1) 물을 가득 담기에 너무 낮은 위치의 출수구

2) 물을 따르기에 불편한 손잡이와 토기의 모양

3) 음료를 담았을 때 용기의 세척 방법

실제 토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위의 3가지 실용성에 대한 강렬한 의문점이 생기는 문화유산입니다.

2. 현 기마인물형 토기의 용도 추정

1) 명기

현재 금령총에서 출토된 2점의 기마인물형토기는 왕릉급 무덤에서 출토되어 실용성보다는 명기였을 가능성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기마인물형토기의 출토가 모두 무덤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임당동 저습지 유적에서 출토된 기마형 토기, 천관사지에서 출토된 기마인물형토기, 경주서부동 19번지 표토에서 수습된 마형토기 파편 등 무덤 외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단순히 무덤에 부장하기 위한 용도로만 만들었던 토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마인물형토기>, 높이 11.5cm,
국립대구박물관, 경산임당동저습지
(사진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 2023, p. 89)
<기마인물형토기>, 신라, 높이 20cm,
국립경주박물관, 덕천리 1호분 출토

 

2) 주자

용도를 주자로 보기에 이 2점의 기마인물상토기가 제작되던 시기의 주자 양상을 보면 비슷한 유물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유사한 시기의 출토품으로는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봉수형유리제병이 있습니다. 비록 신라에서 제작된 것은 아니지만 사치품으로 구매했을 것으로 보이며 병을 들어 올리기에 편리한 손잡이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반면 기마인물형토기에는 손잡이가 될만한 부분이 꼬리 쪽에 길게 만들어져 있어 한 손으로 잡기에 손목이 불편하며 두 손으로 몸통을 받쳐 사용하여야 합니다.

조금 후대이기는 하나 통일신라 시대의 주자를 비교해보면 역시 손잡이가 C자 형으로 부착되어 있고 출수구가 물을 담았을 때 최대한 담기 위해 출수구가 어깨 주변부에 부착되어있으며 우상향하게 출수구가 부착되어 있음이 확인됩니다.

 

(좌) <봉수형유리제병>, 높이 25.0cm, 황남대총 남분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황남 3321, (사진출처 : 이뮤지엄)

(우) <주자>, 높이 6.7cm, 국립부여박물관, 부여 46564, 충남 예산 출토, (사진 출처 : 이뮤지엄)

기마인물상토기의 출수구 문제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액체를 담았을 경우 세척에 무척 비효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형태라는 점입니다. 현대와 다른 위생관념을 고려하더라도 이 주자에는 맑고 끈적이지 않는 액체류 사용하거나 토기에 액체를 채웠을 경우 넘치지 않도록 말의 가슴 이하 부분까지 소량의 액체를 채워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3) 등잔

최근 기마인물형토기의 주자로서 사용할 때 애매한 지점들을 설명하기 위해 토기 용도를 등잔으로 추정하여 주목되는 연구가 있습니다. 로마시대의 기마인물형 등잔, 고대 근동의 등잔 등을 예시로 하여 기마인물형토기의 용도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말 등을 통해 기름을 주입하며 출수구 부분으로 심지를 넣었을 가능성을 유추한 것입니다. 이 지점은 기마인물형토기의 출수구 윗 부분이 일반 주자처럼 원통형이 아닌 위의 단면이 잘려 있어 액체를 따를 때 불편한 점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기마인물형토기로 물을 따를 때 많은 양의 물을 빠르게 붓기 어려운 구조이며 오히려 출수구 쪽으로 무언가(심지)를 넣을 때 편리한 구조라는 것입니다.

좌 : 가는 한지심지 등잔 실험 / 중 : 굵은 한지심지 등잔 실험 / 우 : 관솔심지 등잔 실험 실험 / 사진 출처 : 김정수, 「신라 기마인물형토기의 용도에 대한 소고」, 『야외고고학』41, 한국문화유산협회, 2021, 그림 24~26.
 
 
현재 기마인물형토기의 용도에 대해 명확히 알기 어려우나 주자로서의 용도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고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는 등잔으로서의 용도 추론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입니다.

참고자료

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 2023.

김정수, 「신라 기마인물형토기의 용도에 대한 소고」, 『야외고고학』41, 한국문화유산협회, 2021.

윤상덕, '신라왕실의 주자, 기마인물형토기', 국립중앙박물관.(웹페이지, 큐레이터 추천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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